나혜정시인/ 낙하

낙하, 나혜정시인

종합문예유성 기자

작성 2020.08.11 13:39 수정 2020.08.11 13:39



낙하 / 나혜정 시인

 

하늘과 땅 사이 중간쯤에서 낙하했다

불시착이었다

 

싹싹 긁어 소모한 하루하루

열람표에는 쉼 없는 무한 반복의 기록이 적혀있다

어쩌다 반 컵의 민들레 생을 우려낸

차 한 잔이 빨간 글씨로 쉼을 알린다

 

집어삼킨 시간이

몇십 년 정기 납입한 건강을 헤집어 놓고

잠자는 동안 염증의 꽃을 피운다

 

몇 해 전 시름시름 앓다 사그라진

면역세포 하나가 끝끝내 약의 기운을 쓰고 있다

 

애써,

부인해보려고 악다구니 썼던 하루는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공중분해 되어 흩어졌다

 

빈껍데기만 안착한 새벽

해산도 못하고 터져버린 양수가 흥건한 침대에

누워서 내일을 생각한다

 

어떤 버튼을 눌러야

시들해진 혈관들을 깨워 바닥을 탈출할까

 

낙하산이 필요한 몸에게


시인 나혜정



[종합문예유성 신문 편집국 지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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